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7일 “건강 문제와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채식을 선택하는 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학교급식은 육식 위주라서 불평등과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면서 “선택적 채식급식 제도 도입을 ‘생태전환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이 9월 생태전환교육 전담팀을 신설한다. 연구단은 국내외 사례를 수집하고 채식 급식을 위한 지침을 마련한다. 또 학생·학부모·교직원 등 채식 급식 동의율이 높은 학교를 선정해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찬성측 의견
‘채식 공공식단’은 녹색당과 정의당 등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4·15총선 공약에 등장한 주요 이슈다. 4월 6일에는 녹색당이 초중고교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들을 청구인으로 하는 ‘공공급식 채식 선택권’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학교급식법상 식단 작성 시 고려해야 할 사항에 채식을 하는 학생을 위한 내용이 없어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채식급식을 찬성하는 진영에선 ‘환경보호’를 주요 근거로 삼는다. 축산업을 통해 나오는 온실가스가 전체 배출량의 약 14%를 차지하는 만큼 육식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고 환경을 보호하는 식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을 도살하거나 산 채로 조리하는 행위가 ‘동물복지’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점을 들어 채식주의를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 환경보호를 위해서든,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든, 건강을 위해서든 채식을 원하는 학생에게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반대측 의견
채식급식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영양학적 측면에서 봤을 때 성장기 아이들에게 육류를 뺀 식단을 권장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의 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관계자는 “어른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식단을 선택할 수 있지만 어린이 급식에서는 채식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센터의 원칙”이라며 “육류로만 섭취할 수 있는 각종 영양소가 있는데 자칫하면 성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급식 관리자들에게도 난제다. 선택적 채식급식의 도입 취지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소수의 학생들을 위해 따로 재료를 공수하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각종 관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원경 신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별도의 식재료를 따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며 “선택을 하려면 스스로 채식으로 인한 장단점을 명확히 알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어린 학생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채식주의를 선호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선 서울시교육청의 결정이 반갑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채식급식 국민운동본부 측도 서울시교육청의 발표를 환영한다며 ‘선택적 채식급식’뿐만 아니라 ‘주 1회 채식급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반면 일부 온라인 유아정보카페에서는 “채식을 준비할 인력을 별도 보강해주는 게 아닐 텐데, 결국 그 과정에서 전체 급식의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교육계 안팎에서 찬반이 나뉘고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아직 세부적인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 정책 발표에 앞서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거나 영양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치지도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민단체 측의 요구가 그동안 이어져왔고 일부 시도 교육청에서 주 1회 채식급식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며 “중장기 계획인 만큼 단기간에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급식을 채식을 한다고 해서 비용이 따로 늘어나진 않는다. 그리고 채식을 강제하는 것이 아닌 선택을 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하니, 소수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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