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연간 200만 톤이었던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7년 4억700만 톤으로 늘어났으며 특히, 최근 10년 동안 생산된 플라스틱의 양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이를 정도다. 이로 인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1930년대 듀폰은 폴리아마이드(Polya-mide)에서 실크처럼 부드러운 실을 뽑았는데 이것은 당시 ‘석탄과 공기와 물로 만든 섬유’ 또는 ‘거미줄보다 가늘고 강철보다 질긴 실’이라고 불렸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일론 플라스틱’이다. 이는 잘 휘어지면서도 튼튼한 성질을 가져 비닐봉지, 페트병, 플라스틱 용기와 같은 다양한 제품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고분자 물질인 플라스틱은 유연하면서 내구성이 뛰어나 분해되기까지 400~500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이 플라스틱이 흘러 바다에서 해양오염을 일으킨다. 더 큰 문제는 이 플라스틱이 태양 자외선과 해류에 의해 점점 더 작은 조각으로 쪼개져 직경 5mm 이하인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이런 미세플라스틱은 다양한 해양생물로부터 검출된다.
과일·채소에서도 검출
그동안 채소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던 미세플라스틱이 농산물에서도 검출됐다. 가장 작은 플라스틱 입자는 당근에서 나왔으며, 크기가 약 1.5마이크로미터였다. 가장 큰 것은 상추에서 나온 2.5마이크로미터였다. 미세플라스틱은 땅 속에서 물과 함께 식물 뿌리에 흡수된 뒤 체관, 목관 등 식물 내 물질이동 통로를 통해 실 줄기와 잎, 열매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식물 뿌리의 미세한 구멍을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기존 주장을 뒤엎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학술지 ‘네이처 서스티너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에 발표된 중국과 네덜란드 과학자들의 다른 연구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은 상추와 밀의 뿌리를 통해 흡수돼 식용 부위인 잎과 낟알까지 이동하는 것이 확인됐다.
네덜란드 라이덴대 환경독성학 교수인 빌리 페이넨뷔르흐(Willie Peijnenburg)는 “우리는 이미 약 50나노미터 크기의 아주 작은 입자가 식물 뿌리에 흡수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 연구 결과 이것보다 40배 큰 입자도 흡수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실험실에서 생활하수를 사용하는 두가지 형태의 재배법을 적용해 진행했다.
대기를 통한 미세플라스틱 확산
2020년 6월 미국 유타대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국 서부 국립공원과 야생보호구역에 연간 1000t이 넘는 미세플라스틱이 바람이나 비를 타고 장거리 이동해 황사처럼 떨어져 쌓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물병으로 쓰이는 페트병 1억2천만∼3억 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런 미세플라스틱의 문제점을 인식해 다양한 방법으로 제거하는 기술도 이어 개발되고 있다. 율리아 탈비티에 핀란드 알토대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막생물반응기(MBR)’를 활용하면 미세플라스틱을 최대 99.9%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국제 학술지 ‘워터리서치’에 발표했다. MBR는 미생물 등을 활용한 생물학적 폐수처리 장비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8월 존 맥기핸 영국 포츠머스대 교수팀은 PET 분해 능력을 기존 대비 20% 이상 높인 새로운 효소를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가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속도에 비해 분해하는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이런 기술이 쓰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서리대 연구진은 고주파의 전기로 열을 발생시켜 흩어져 있는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모아 응고시킨 뒤 걸러내는 ‘전기응고법’을 제안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영국 플리머스해양연구소는 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최대 95.8%까지 추출할 수 있는 휴대용 키트를 내놨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인해 버려지는 마스크와 장갑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일회용 제품의 사용을 줄이고 대체 제품을 사용하는 전 지구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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